산행기(백두대간)..완료

백두대간1차산행기(중산리~성삼재)

해 악(海 嶽) 2006. 1. 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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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1차산행(2004,1.10~1.12)

1구간 지리산 동부( 중산리~성삼재 )…도상거리36.7㎞

 

1월 10일…10:00…설레임

드디어 10일 이다..

어제밤의 작전회의로 인한 찌릿한 알코올의 기운을 느끼며 하루를 맞이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마음한구석은 지리산밑의 중산리에 있다...

오늘저녁이면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면서 내일의 천왕봉 일출을 기다릴 것이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 있다는 천왕봉의 일출..

과연 우리의 덕과 행운은 어디까지 일까?

아마도 이번 산행에선 많은걸 배울 것 같다..

모든 이들이 이산을 찾을 때면 지리산의 장엄하고 웅장함에 기뻐할 것이고

산행의 지루함에 질릴 것이다.

한가지 붙인다면 같이할 대원들의 팀웍에 기대를 한다....

아무쪼록 건강한 산행,아름다운 산행이었으면 한다..

 

1월10일… 15:40…감사

포항출발 마산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서 오늘의 산행을 기대한다..

조금 전 까지 집사람이랑 애기들을 외갓집 으로 갈수 있게끔

기차역 까지 배웅해주고 온 터라 똥글 똥글한 애기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우선 이렇게 편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식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회사업무관계로 불참이지만 적시에 전화로 이동할 교통정보를

제공한 신태 대원 에게도 감사한다..

 

1월10일… 20:00…이동

마산에서 진주로 고속버스로 이동

진주에서 중산리로 택시로 이동한다…저기 보이는 곳이 진주성인가 보다..

촉석루.ㅎㅎㅎ

논개는 어디로 갔을까남?

 

 

1월10일…23:00…최악의 조건

드디어 중산리 도착 천왕봉 바로 밑이다..

주차장에서 라면이랑 햇반 으로 저녁 식사..

물론 준비해온 과메기에 소주 한잔은 기본

지리산에서 과메기라 ..ㅎㅎㅎ 어울리지 않지만 우린 실천하고 있다..

“고시네” 의 한잔 술로 이번산행의 안전을 기원하며!

겨울산행에다..야간산행…최악의 조건인 것 같다.

추위와 어둠을 이기고 천왕봉 일출을 기대하리라..

오늘이 이산을 3번이나 오르지만 일출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1월11일…24:00….출발

드디어 출발이다.

매표소 아저씨가 주무시는 관계로 입장료는 공짜…ㅎㅎㅎㅎ..재수가 좋군…

이제부터 불빛이라고는 머리에 올려진 해드 랜턴 뿐이다..

완전히 강원도 탄광 아저씨들을 생각 나게 한다..

 

1월11일…01:20…칼바위…일출의 초병들

정말로 바위가 칼처럼 생겼네..

사방이 온통 캄캄한 밤..

평상시에 볼 수 없었던 저 별들..유난히 밝다..

하나 둘 모이는 별들이 이제는 까만 하늘을 수놓았다

이별들이 몇 시간후의 천왕봉 일출을 알리는 초병들 이라 할까

언제부터인지 하늘의 별을 보면 바다의 파도가 연상되는 그러한 느낌..

몇 시간 후 정상에 도착하면 아마도 별을 딸 수 있을 것 같애..

별 따러 가세…별 따러 가세…

 

1월11일…03:10..,로타리 산장..

애고 손씨려,발도 씨리고 에휴..

일출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쉬어 가는게 최선이라..

보통 산행이었으면 벌써 천왕봉에 도착 했으련만

과메기에 소주한잔으로 잠시 목을 축인다..

 

1월11일….04:45…기상악화..

갑작스런 강풍과 눈보라로 피신…일출시간을 맞출 겸 쉬어가자…

눈 녹여 라면 끓이고 햇반 으로 식사대용

바위틈 동굴에서 강풍을 피해 쭈그려 앉아서 먹는 모습…ㅎㅎㅎㅎ

머리엔 랜턴불이 희미하게 줄어들고 있다..

건전지도 새걸로 바꾸고..정상을 향해..

 

 

1월11일….07:25…천왕봉 일출….1905m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내달음질 친다..

시간계산 착오로 쉼없어 가야한다..동굴에서

숨어 있는 시간이 지체된 것 같다.

바로 앞에서 정상을 치는 공명 아우를 볼떄면 저 넓은 평야의

한마리 버팔로 같다..

“형님! 조금만만 가면 정상입니다” 힘 내세요!

과연 25키로 짜리 배낭을 메고 70도 경사를

대적하면서 저런 말들이 나올까?

확실히 대단한 넘이구먼…평상시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니 .

내연산 시명리 깔딱 고개가 생각난다..

 

아마도 울산에 있는 풍운 대원님(준혁)은 여기가 힘들지 않겠나? ..푸하하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는 산행을 하기 힘들다..

이제부텀 또 다른 복병…눈 이다…

엄청 많은 눈을 머금고 있는 지리산

시야가 점점 밝아진다..아주 서서히..

잘못하면 해 뜨는 모습이 지나가 버릴까 하는 조바심에 쉬지도 않고

한시간 정도를 오른다.

 

정상이다…우리정보에 의하면 25분이 일출시각이라고 알았지만..

태양도 피곤 한가봐 10분 지각이야…

A4용지를 가로로 놓고선 그림을 그려 볼까남?

맨 밑의 구름색깔은 검은색이 그려져 있고 , 조금 위엔 검붉은 구름..

보일듯이 내밀은 햇님의 머리부분은 용광로의 쇳물색 같고..

조금 있으니 용광로에서 쇳물이 부어지듯이 쑤~욱 해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쉽게 한마디로 말해서..

TV나 영화에 나오는 것이랑 똑 같어라…ㅎㅎㅎㅎㅎ

왜 연말이면 집에서 조용히 TV에서 나오는 일출을 감상하면 될걸 하필 이 고생하면서

느껴야 하남?

일출을 보면서 가족의 건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를 아는 이들에게 전화로 중계 할려니 넘 추워서 전화가 되질 않는다..오호 통재라..

신태 대원, 풍운님…저 떠오르는 태양을 맴 속에 담아서 전해드리리다..

해뜨는 방향이 동쪽이라면 반대편으로 장엄한 산의 행렬이 자태를 드러낸다..

여기가 1900고지라면 시야에 보이는 산들은1500고지정도 일것이다..

저 봉우리 들을 다 밟는다면 깔딱고개가 도대체 몇 개야?..휴….

 

 

 

 

111…08:45…장터목에고 찝찝해

세수도 못하고 양치도

못하니 찝찝해

녹인 물로 양치만 간단히

하고선 다시금 출발

세석산장 가지 전의 꽃을 입은

고산목 들의 자유로움이

젖어 가는 등산화에 빠른 걸을을

독촉한다….

 

 

 

 

1월11일…10:35…깔딱고개..1703m

촛대봉의 깔딱고개..이런 고개만 나오면 울산풍운대원이 생각나게 한다

동대산 에서의 고생은 고생도 아녀라..푸하하

엄청난 눈을 품고 있는 지리산

산에 눈이 많다는 것은 눈 구경하러 사람이 산을 오를 것이며,

짐승들은 먹이 찾으로 산을 내려갈 것이다..

또한 이눈이 봄이면 녹아 내려서 계곡의 바닥을 적시며 강으로 흘러갈 것이다..

또다시 강에서 바다로의 여행을 마치고 증발하여 내년이면 다시 눈으로

이 자리에서 허전만 빈 공간들을 채우러 돌아올 것이다

이 얼마나 자연의 오묘한 진리이며 미스터리 인가

눈이 뽐내는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얼굴이 따갑다..

선 크림도 얼어서 나오질 않는다..

배낭에 걸쳐둔 수통의 물이 얼어버리고 소주가 세이크 처럼 변해 버리니..

지금의 현재온도가 영하의 날씨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1월11일…10:45…세석산장…졸립다..

춥고 배고픈건 둘쨰 치더라고 밤새 산행을 하다보니 졸립다..

햇반에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또 다시 시작이다..

 

1월11일…15:25…벽소령 산장

사방이 온통 눈으로 뒤 덮혀져 있다..

눈이 녹아서 신발사이에 숨어서 양말이 모두 젖어버렸다..

밤새 산행을 하였고 다음코스까지는 두시간 정도..잠시 생각을 하다가

오늘은 여기서 쉬면서 내일의 산행을 계획할 것을 결단 내린다..

텐트에 야영을 하려고 했는디 야영금지라!..이게 왠말이냐?

그럼 5키로 정도 되는 텐트를 배낭위에 올려온 공명아우님…어떻해!!!

“정보부족” 이구간은 야영을 할수 없는구간..ㅎㅎㅎㅎ

텐트를 버리고 갈까남?

매운 김치찌개에 참치캔 한통..취사장이 따로 있어서 여럿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이 산중에도 고기 가지고 와서 구어 먹는 팀도 있어라..

우리 김치찌개가 최고인 것 같다..소주는 기본이지…

침낭을 펼치자 옆에서 과자 먹는 모습이 어찌나 먹고싶든지..

쵸코파이 비스켙을 구입해서 먹었다..

평상시 눈에 보여도 손이 가질 않던 과자류….모든 게 맛있어라..

 

1월12일…06:00…새벽 탄광촌의 두 광부

4시반에 기상해서 냉장고 속에 보관해둔 찌개를 다시 끓인다..

진짜루 냉장고가 아니라 공명아우의 재치로

코펠체로 눈속에 묻어둔 상태..ㅎㅎㅎ

해드 랜턴의 두 불빛을 시작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좌우의 기암괴석 들로 인한 형제봉(1433m)

아마 이곳이 바다라면 저정도 위치에 전복들이 숨어 있을 거야…푸하하

 

 

1월12일…10:35…삼도봉

“뽀드득 쿡 뽀드득 쿡”

아이젠으로 눈을 밟으며 두개의 스키폴로 눈을 찍으며 전진하는 소리..

뒤의 공명아우는 힘들지도 않나봐 조용히 따라오네..

나만 핵핵하며 다니는 것 같어라..ㅎㅎㅎㅎ

하루를 푹 쉬어서 그런지 오늘 산행을 힘차게 나가고 있다.

연하천 산장 10분 휴식 ..그대로 출발… 16㎞를 종주 할려면 서둘러야 된다..

그래서인지 이 넘의 눈밭에 두 인간은 쉼 없이 발걸음을 지친다.

여기가 전라남북도 경상남도의 경계선이라서 삼도봉이렸다..

쵸코파이 한개 박하사탕으로 잠시 땀을 훔친다..

내가 먹어본 중엔 제일루 맛있는 쵸코파이인 것 같다..

 

1월12일…13::30…노고단 경유 성삼재의 마침표..

공명아우랑 악수를 하면서 1구간을 마친다…

우리정보에 의하면 이곳 까지 버스가 온다고 했는디

워낙 눈이 많아서 11월 이후로는 버스가 중단 된다고 한다…

묵직한 다리로 서로를 축하해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은

아마도 우리보고 미친넘  이라고들 할꺼야…

 

1월12일…14:30…귀가

택시로 구례까지 나오는 중 친절한 기사 아저씨의 도움으로

구례에서 부산행 버스를 복잡한 도로 한복판에서 탈수 있었다

대단한 기사 아저씨

운행중인 버스를 따라가서 우릴 태워주는 성의에 감사한다..

세상 모든 이들이 이렇게만 산다면…얼마나 아름다운세상 일까..

하동 경유지 에서 잠깐 ..

재첩국 이랑 김밥 으로 이동 중 식사를 마치고..부산도착..

지하철로 이동 중 백화점을 지나게 된다

3일만에 첨 보는 거울이다..

푸하하…..정말로 나 자신이 거지나 다름없어라…

씻지도 않고서 눈에 검게 그을려진 피부하며…..

진짜루 냄새도 조금 나는 것 같다..

 

1월12일…20:00…하산주

바비큐의 닭 한 마리가 나오자 마자 “건배”

한쪽 날개를 입속에 낼름 넣으면서 3일간의 고통이 즐거움이 된다..

이번산행을 반성하며 다음구간 정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우리들의 결론..

 

 

 

 

1구간을 마치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누군가 나에게 “왜 산을 오르는가?” 라고 묻는다면

“왜 사는가”라고 답변할 것 이며 또 “어떻게 산을 오르는가?”라고 물으면

“어떻게 살아가는가?”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간이 슬플떄 바다나 산을 보게 되면 그 바다가 슬프게 보이고 기쁠떄 마주치는 산들은

정말로 기쁨 그 자체가 아닐까?

그러면 마음을 비운상태에서 자연을 접해보면 어떨까?…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순수한 자연의 원리를 감상하며 자연의 진리를 깨우치며

인간이기에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는 자연에 대해 항상 경건함을 표해야 할 것이다..

 

나는 산이나 바다나 똑 같다고 생각한다..

단지 중간매체가 공기 이거나 물 이기에 다르게 보일 뿐이다..

바다에도 산맥이 있고 봉우리가 있다..

그곳은 물고기에게 전화하면 증명 될 것이다

 

이번산행에 참석 못한 신태님, 풍운님!

다음산행엔 필히 참석하여 좋은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04년 1월 17일

                           중산리 ~ 노고단 구간을 마치며 …..    

 

 

 

 

 

 

 

 

 

 

 

 

야생초의 가르침….   

 

자연속에는 생존을 위한

몸 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다

 

단지 인간만이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 과 나를 비교해 나만이 옳고 잘 났다며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 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내는 야생초로 보터

배워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이 각박한 현실에 처해진 우리들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법 또한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삶 자체가 자연의 순리에 적응할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지리산 종주를 마치며….2004.2